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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번역 후기3

by 삭풍공작 2019. 1. 19.

<원글 : 2018-12-22 작성>


아네키우스는 키보드를 든 사람에게 말했다.

“번역 후기를 세 개나 쓰는 것은 촌스러운 짓이다.”


지난 주에 후기2를 써놓고는 또 3을 씁니다.

패치 갱신 글보다 후기 글을 먼저 올리면 이상하지만, 후기 글이 갱신 글 앞으로 나오면 부끄러우니 후기 먼저 올립니다.


이번에도 허튼 소리를 많이 늘어놓을 것 같습니다.


지난 주에 글을 올리고나서 종결어미 처리 매크로를 만들었습니다.

기술이 있어서 세련되게 만들 수 있었다면 범용적인 스크립트를 만들 수 있었겠지만…

그냥 무식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러고 테스트를 해보니 되더군요.


컴퓨터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일주일 동안 미친듯이 독백 일인칭 부분과 종결어미를 수정했습니다.

크리스마스 전에는 끝내고 싶어서…

몇 달치 작업량을 일주일 만에 끝낸 느낌입니다.

그러니까 ver1.07이 아니라 ver1.10…


AstroGrep으로 스크립트를 샅샅이 뒤져서 결투자 이름과 관련된 부분을 모조리 찾은 다음 전부 한글로 고쳤습니다. 이벤트 조건 쪽도 같이 수정했으니까 잘 연결되겠지…


덕분에 폰트 설정 쪽 부분도 샅샅이 알아내서…


강제적인 방법으로 했던 폰트 수정 방법을 우선 순위 변경 방식으로 바꾸고, 기존에 고딕체가 적용되던 부분을 나눔바른고딕OTF Light로 변경했습니다.

테스트는 못해봤지만, 처음 설치하고 별도로 글꼴을 설정하지 않으면 나눔바른고딕OTF Light로 출력될 것입니다.(나눔바른고딕OTF Light를 설치해야하긴 하지만…)


글씨 크기를 19pt로 변경한 이유는…


저 같은 경우에는 patch2를 쓰던 시절 폰트가 깨져서 글씨가 작게 나왔었습니다… 그래서 그 글씨 크기에 맞춰서 기존 글씨 크기를 17pt로 강제했었는데, 원래 문장 글자 크기는 21pt였습니다…

그런데 또 21pt로 적용하니 글자가 너무 큰 것 같아서 중간인 19pt로 변경했습니다.


원래 Noto Sans CJK가 작은 글자가 잘 보이는 것 같아서 Noto Sans CJK로 바꾸려고 했는데, 글자가 잘리고 아래로 늘어져서…

처음에는 제가 글자 위치를 잘못 건드린 줄 알고 몇 시간 동안 머리를 쥐어뜯었습니다. 그런데 그냥 kirikiri 엔진이랑 안 맞는 것 같습니다…


글자가 굵으면 좀 더 잘보일까 싶어 나눔바른고딕OTF를 적용하려고 했더니 이건 아예 안되고…

대체 뭐 때문에 되고 안 되는 건지 알 수가 없습니다…

일본어 환경이랑 관련이 있을 것 같기는 한데…


패치 파일을 만들려면 리팩 과정을 거쳐야 하고, 리팩을 하려면 컴퓨터 로캘을 일본어 로캘로 변경해야 합니다. 그리고 한국어 환경에서 제대로 적용되는지 알아보려면 한국어 로캘로 다시 변경해야 합니다. 로캘을 변경하려면 컴퓨터를 재부팅해야합니다.


오늘만 컴퓨터 재부팅을 최소 30번은 넘게 한 것 같습니다.


폰트가 적용이 안 되네! 수정! 재부팅! 제대로 적용 됐나? 수정! 재부팅! 글자가 너무 크네! 수정! 재부팅! 글자 위치가 어긋나네 뭐가 잘못된거지? 이걸로 바꿔보자! 수정! 재부팅! 적용이 안되잖아! 수정! 재부팅! 이 글씨체로 바꾸면 글씨가 더 잘 보이려나? 수정! 재부팅! 적용이 안되네, 되돌리자! 수정! 재부팅! 


수정!!!!!!! 재부팅!!!!!!!!!!!!!!


제가 컴퓨터에서 뭔가 잘못 건드린건지 로캘 변경 후 재부팅 시간이 굉장히 길어져서 하염없이 기다렸습니다.

뭘 잘못 건드렸을까 대체… 나중에 포맷해야하나…


패치 작업은 보안이 삼엄한 곳에서 도둑질하는 것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직접 게임을 만드는 거라면 구조를 파악하고 있으니 새로 추가하거나 고치면 되는데…

패치를 만들 때는 “그게 어디있지?” “이거 건드려도 되는건가?” “이게 맞는 것 같은데 왜 안 되지?” “이 기능은 이미 추가가 되어 있는 건가?”

건드려도 되는 것 같아서 건드리면 경보장치가 울리고…

고민할 게 많습니다…


제작자님하고 연락이 되었다면 여쭤볼 수도 있었을텐데…

기존 한글 패치가 없었다면 정말 머리가 다 빠졌을 것 같습니다.


일인칭 종결어미 부분은 걱정이 많이 됩니다.

잠깐 테스트 하면서 종결 어미 매크로 빼먹은 부분을 두 군데나 발견해서…


매크로로 처리하다보니 명령어를 틀리면 오류가 나서 게임이 정지되어버립니다.

매크로를 만들었는지 확인하면서 종결어미를 수정한 것 같은데 왜 빼먹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정신이 없었나…


그래도 일인칭은 변경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변경할 수는 있었습니다…

패치 초반에는 일인칭 3개 모두 그냥 “나”로 통일하려고 했는데, 엔딩 데이터에도 일인칭 데이터가 남으니 그냥 통일하면 안 될 것 같았습니다.


사실 “저(私)”만 아니었으면 종결 어미 처리가 필요 없어서 훨씬 수월하게 처리할 수 있었는데…

“저”를 대신하면서 비격식체를 사용할만한 일인칭을 생각해낼 수 없었습니다.


“저는 눈을 떴다” 같은 문장은 어색하고, 그렇다고 “소인” 같은 일인칭을 쓸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나/나/이 몸으로 할 수도 없고…

아니… 나(僕)/저(私)/이 몸(俺)도 괜찮긴 한 건가? 사실 죄다 “나” 아닌가?


모르겠다…………………


“저” 덕분에 눈알이 빠질 것 같습니다. 눈알이 쪼그라든 것 같아…

저말고 “저”요…

미쳐가고 있는 것 같다….


일인칭과 종결어미를 수정하면서 대충 훑어봤는데 아직도 오타와 오역이 많이 보였습니다…

제보도 꽤 많이 받았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많이 남아있네요.

배포 전에 확인할 때도 많이 고친 것 같은데 대체 뭘 고친건지…


아, 그리고 일인칭이 “나”로 고정되어 있을 때 문장 성립시키느라 어거지로 문장을 비틀었었는데… 이건 전부는 못 고쳤습니다…

복도”을”이나 나”과” 같은 오타도 많았습니다. 나 한국인 맞나?


제일 인상 깊은 오타는 신전에서 출현하는 부드러운 신관과 관련된 오타였습니다.

“부드러운 신관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라고 써야 하는데 “부드러운 신관이 드러운 미소를 지으며”라고 오타를 내놨었습니다.

미안합니다 부드러운 신관님…


혹시 다른 곳에도 “더러운”이 아니라 “드러운”이 써있다면 그건 “부드러운”의 오타일 확률이 높습니다.


이번 패치는 테스터님께서 부족한 부분을 몇군데 발견해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동생님.

번역 시킨 건 안 감사하고…


관신손 패치를 만들면서 제 몸을 여럿으로 쪼개고 싶었습니다.

몸이 여러 개라서 하나는 번역하고 하나는 검수하고 하나는 명령어 고치고 하나는 테스트하면 좋을텐데.


2019년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여러분들께서는 2018년을 잘 보내셨나요?

저는 개인적으로 안 좋은 일들이 조금 있었습니다.

그래서 관신손 번역에 도망치듯 몰두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결과는 엉망일지언정)


그래도… 이번 갱신으로 제가 손댈 수 있는 부분은 전부 손댄 것 같습니다.

“관을 가진 신의 손”이라는 인형에게 누덕누덕 헤진 옷을 입히는 것 같아서 부끄럽기도 합니다. 거기다가 비공식이고… 더 일찍 수정했어야 하는데 누가 새로 패치를 다운받으려나 싶고…

혼자만의 뿌듯함은 얻었나?


이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테스터님께서 문제점을 발견하셨네요. 패치 파일을 다시 고쳐서 올려야겠습니다. 재부팅 또 해야겠다…


항상 글을 많이 쓰는 것 같은데 왜 써도써도 쓸 게 있는 것 같은지.

오늘 내로 패치 작업을 끝내고 싶어서 잠을 조금 잤더니 더 횡설수설 한 것 같습니다. 양해부탁드립니다…


제발, 종결어미 오류가 또 발생하지 않기를. 오류는 안 돼, 제발…


2019년이 오기 전에 또 글을 올릴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미리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긴 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이것이, 내 일년 반이 가져온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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